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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8 오전 9:03:57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칼럼] 정채기의 태백 가는 길
8. 자녀와 사랑의 소통을 원한다면!



▲ 정 채 기(강원관광대학교 교수, 
   교육학박사, 한국남성학연구회장
아이와 어떻게 하면 가까워지죠?” 막연한 말이면서도 대개의 아버지가 하고픈 말이라는 생각이다. 아버지의 권위만 강조하는 아버지는 자녀들이 결코 가까이 할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가 기꺼이 자녀와 친구가 되어줄 때 사이가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자녀들과 같이 있을 시간이 없는 아버지는 아이들과 결코 가까워질 수 없다. 시간이 남아서 자녀와 같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같이 보낼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자녀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같이 떠들면서 놀고, 같이 뒹굴고, 게임을 같이 한다면 아이들은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아버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만약 아이와 소통이 잘 안되고 관계가 소원했다면 우선 아이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정확하게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의 말, 의도,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가슴과 마음으로 듣고 눈높이와 가슴높이를 맞추도록 하라. 물론 아이를 배려하는 태도와 이해하려는 성실한 자세 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말투는 자녀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말투는 모두 일방적으로 하는 말일 뿐 대화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아버지는 권위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외출했다가 식사 시간에 즈음해서 들어오신다고 하면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셨다. 그 시간이 얼마가 됐던 아버지가 밥상에 앉아 식사를 하셔야만 식구들도 비로소 밥숟가락을 떴다. 식사 중에는 아버지가 먼저 말을 꺼내야 대화를 할 수가 있었고, 또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으실 때까지는 함께 보조를 맞춰야 했다. 다 먹었다고 해서 밥상머리를 뜨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약주라도 한잔 하시고 밤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오면 자다 깨어서라도 인사를 드리고는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부자유스러운 행동 같으나 그 당시는 그러한 일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생활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권위는 곧 아버지의 리더십이었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 지시 하나도 어기지 않았을 뿐더러 나로 하여금 순종하는 법을 배우게 하였다. 아버지가 갖는 절대 권력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묵묵히 지켜 따랐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라면서 가정교육이 잘 됐다는 어른들의 칭찬을 자주 들었다. 이후에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성도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것 같다.

 

어머니 역시 아버지가 실수한 부분이 있어도 대놓고 따진 적은 거의 없었다. 우리들 앞에서는 언쟁을 피했으며, 늘 가정의 화목을 염두에 두고 조용히 마무리하였다. 아내로서 남편의 권위를 인정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가 어떤가에 따라 아이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사실도 알고 계신 듯 했다.

 

아버지를 존경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과 신뢰를 갖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권위는 어린아이를 정신적으로 도리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본래의 가정은 가장을 중심으로 한 가족공동체였다. 그 가장은 으레 남성이었으며, 남편이었고 아버지였다. 거기에 비하면 요즘의 실정은 크게 다르다. 급격한 핵가족화로 가족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아버지의 존재감이 상실되었다. 아버지에게 소외감을 안겨주면서 심지어 아버지 부재현상마저 초래했다.

 

아버지의 부재는 아예 아버지가 실존해 있지 않거나 있어도 집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는 물리적 부재와 가정에 아버지가 있으면서도 심리적인 이유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심리적 부재를 들 수 있다.

 

아버지들은 출세와 성공,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 사회생활을 한다. 더욱이 사십대 아버지들은 일중독에 빠진 것처럼 일에 몰두하다가 가정을 등한시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그리고 자녀의 학비를 벌어다 주면 된다는 생각에서, 의당 챙겨야할 가족사랑에 대해선 무관심한 경우도 생겨나는 것이다. 결혼기념일이라든지 자녀들의 생일 등을 잊어버리는 것은 예사고 아예 몰라라하는 식으로 내버려두기도 한다.

 

아이들이 무얼 생각하는지, 아내가 어떤 일로 고민하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결국에는 가족으로부터 소외받다 못해 따돌림을 당하게도 된다. 그래서 물리적 부재의 아버지는 고도의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반면 심리적 부재의 아버지는 영향력을 잃고 의사 결정권마저 행사하지 못하는 처지로 내몰리게도 된다. 경제력은 있어도 경제권이 없으며, 자녀 교육에 있어서는 발언권조차 없이 이름뿐인 아버지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가정에 아버지가 없다는 것은 아버지의 리더십이 없다는 말과 같다. 여러 가지 이유로 권위를 상실하고 그것을 만회하려고 완력을 쓰는 아버지에게 자녀들은 존경심을 잃게 되고, 대신 피하려하고 맞서려 한다. 그러니 아버지니까 따르라든지, 돈을 벌어오니까 말을 들어라 며 군림하는 식의 고압적인 자세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인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아버지상을 추구해야 실추된 아버지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고 가족을 사랑으로 섬기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아내와 아이는 존귀한 선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가족에게는 항상 감사한 생각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하여야 한다.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고 함부로 매질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절대 부부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아버지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탈이 없어야 한다. 거짓말을 하거나 술 취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양보다 질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도록 해야 한다. 아이와 빠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평소 아이의 언행에 대하여 관찰하고, 아버지의 생각을 얘기하며 신뢰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아버지의 권위는 스스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녀로 하여금 세워지게 된다. 그리고 그 권위는 아버지가 자녀를 섬기고자하는 태도를 가질 때 회복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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