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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9 오후 2:45:08 입력 뉴스 > 칼럼/사설

2022특별기획
산업전사 특별법 제정위한 제2차 포럼
기고-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7
요정은 많았지만 광부들은 작은술집이용
도서관 교육문화프로그램은 전무했다



▲ 정연수 소장(문학박사)
지난해 본지 태백정선인터넷뉴스의 슬로건은
광부의 희망, 꿈을 찾아서였으며 ()석탄산업전사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위원장 황상덕)의 활동에 따른 기획특집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태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1차 포럼 가운데 정연수 탄전문화연구소장의 주제발표의 내용 전문을 게재했다.

 

올해 주제는 석탄산업전사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및 예우,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산업전사들을 위한 문화행사, 석탄산업유적지 발굴, 캠페인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했다. 따라서 산업전사의 고향에 빛을이라고 정했다. 그 첫 번째 특집으로 지난해 129일 강원랜드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위한 2차포럼 산업전사 예우 특별법 이래서 필요하다주제발표 전문을 싣는다. 이번 글은 탄광이 번성하던시절 유흥가와 요정의 풍경을 묘사한 것으로 다소 읽기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나 과거의 모습을 글로 나타낸 것으로 가감없이 실었다.

 

7

태백의 황지지역에 방석집들이 밀집되어 탄광촌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대구관, 은호정, 유락정, 황춘옥관, 통일관 등 요정 50여 개가 들어서서 애주가들의 발길을 끌었다. ‘황지를 거쳐 가지 않으면 기생 될 수 없다.’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로 요정은 번창했다.

 

특히 1964년 문을 연 황지의 대구관은 경주의 요석궁, 영월의 수원관과 더불어 국내 3대 요정으로 꼽혔다. 서울의 요정들을 제외한 비교 수치이긴 해도 탄광촌 방석집의 수준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 황지광업소 유청하 사장(아래 맨오른쪽)과 필자.(2002년 사진)

 

태백에서 대구관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라든가, 술 접대를 대구관에서 받은 게 아니면 제대로 된 술을 대접받았다고 자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또 기생들 사이에서는 대구관을 거쳐야 서울에 가서 제대로 된 기생 노릇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전국의 기생들이 황지 대구관에 오면 떼돈을 번다는 소문에 줄을 서면서 대구관에는 예쁘고 재능 있는 기생들로 넘쳤다. 대구관의 기생은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장구와 거문고 등 악기를 다루는 풍류가 있었다. 대구관은 150평의 공간에 기생 60여 명을 두었는데 전성기에는 100여 명에 이르렀다. 겨울철 하루에 연탄 1백 장을 사용하고, 연탄 갈아주는 일만 하는 고용인을 따로 두었을 정도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 유재하의 형 유청하 사장(맨 왼쪽)과 필자. 대구관에 얽힌 이야기는 유청하 사장이 증언해주었다.

 

대구관과 얽힌 많은 일화가 전해진다. 하루는 하청탄광 사장이 지폐 다발을 들고 와서 술을 마시다가 선풍기를 돌린 일화는 전설처럼 나돌았다. 선풍기 바람 위로 지폐를 마구 뿌리면 기생들이 달려들어 허겁지겁 줍는 것을 보면서 즐겼다. 선풍기 바람에 날리는 팁을 줍고 싶은 기생은 누드차림으로 참가해야 했다고 한다.

 

또 마대자루에서 잡히는 대로 팁을 주던 일화도 있다. 황지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던 탄광을 경영하던 유 모 사장은 술을 마실 때도 돈이 담긴 마대자루를 끼고 마셨다. 당시 많은 탄광업자는 탄을 팔고 수금한 돈을 정리하지 않은 채 마대자루에 담아서 들고 다녔다.

 

뒤죽박죽 담겨 있던 마대자루의 돈들은 다음날 아침에야 경리과 직원의 손에서 정리되었다. 유 사장은 주흥이 한창 오르면 기생을 불러 팁을 주기 시작하는데 손가락으로 세는 적이 없었다.

 

▲ 과거모습. 1965년 황지시내. 농협삼거리에서 태백역으로 바라본 모습.(출처 태백문화원 발간자료. 태백의 어제와 오늘)

 

마대자루 속에 손을 넣어 뒤죽박죽 담긴 돈을 잡히는 대로 꺼내서 줬으니,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마구잡이로 꺼내서 주는 팁에 기생들은 최고를 연발할 뿐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전성기에는 태백탄광촌에 술집이 많았던 것을 자랑하고, 전국에서도 최고의 요정으로 꼽히던 태백의 요정과 영월탄광촌의 요정이 있었다는 것을 자랑하곤 한다. 그런데 정작, 그 유명하다던 대구관에서 색시를 옆에 앉혀놓고 술을 먹은 사람, 팁을 줘본 사람을 찾아 나섰더니 극히 손에 꼽을 정도이다.

 

요정집은 광부들이 못 가는 공간이고, 그저 광부들은 작부들이 있는 니나놋집만 드나든 때문이다. 도서관도 없는,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도 없는 탄광촌에 술집은 왜 그렇게 많이 만들었을까.

 

우리는 이제라도 탄광촌이 호황이던 그 시절에 도서관이,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주민을 각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조차 없었다는 것을 이제라도 분노해야 한다.

 

▲ 지금의 황지동 여관골목 야경.(2021년 5월)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불빛이 화려하다.

 

그것이 없던 시절을 부끄러워해야 하고, 그것이 없는데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도록 만든 세상을 분노해야 한다. 민중을 우매화시킨 국가권력을 향해 기침을 해야 한다.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기침을 하자/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눈을 바라보며/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마음껏 뱉자”(김수영, )는 자성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광부를 막장에 몰아넣고, 탄광촌을 문화의 불모지로 안주시킨 국가권력을 향해 기침을 해야한다.

 

지역의 문화 환경은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의해 학습되고, 그 학습이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능력이란 개인차야 있겠지만,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가에 따라 학습 속도가 차이난다. 문화적 환경이 학습을 이끌고, 한 사람의 운명까지 유리한 조건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의 대표적 학자인 에릭슨(Erikson)은 개인의 성장에는 부모뿐 아니라 가족· 친구·사회·문화 배경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했다. 개인심리학의 대표적 학자인 아들러(Adler) 역시 사회적 요인과 가족적 요인이 개인의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다음호에 계속>

 

정연수 소장은 태백 출신으로 현재 강릉원주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또한 그는 지난 1991년 탄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탄광이 빚은 삶들을 문화영역으로 끌어올린데 이어 지난 2020년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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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상 기자(chiak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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