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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7 오후 5:28:44 입력 뉴스 > 화제의 인물

아이뉴스가 만난 사람 30
전제훈 현직 광부 사진작가
“광부들로부터 받은 은혜를 다시 갚는다”



아이뉴스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문화예술인들이 많았다. 그만큼 지역에 살면서 지역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폐광지역에 걸맞는 한 분을 서른번째를 통해 모셔봤다. 바로 현직 광부이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전제훈.

 

▲ 작가 전제훈 흑백 이미지.
증산보국(增産保國)

생산을 늘려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인 이 한자어는 석탄을 주에너지원으로 쓰던 시절인 1960~80년대 전국의 탄광에서 불려지던 구호다. 정부가 이 단어를 장려하지 않았더라도 석탄으로 연료를 만들어야 했던 시절에 광업소는 정부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광부들에게는 이 단어가 참으로 춥고, 무섭고, 고통스럽고, 괴기스럽고, 또한 불편하기까지 하다. 광부라는 직업 자체가 험하고 일반 노동자들보다 더 어려운 근무환경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지하 막장까지 내려가 탄을 긁어내고 담아내고 운반한다. 바로 그들이다. 그러한 광부들에게 정부는 채찍질 했던 것이다.

 

은혜를 갚아라

6·25전쟁 이후 정부의 석탄 증산정책에 따라 전국 곳곳에 광업소가 세워졌다. 1980년대까지 전국에는 300곳이 넘는 탄광이 있었다고 한다. 강원남부 탄광지역은 석탄산업합리화 직전엔 엄청난 채탄을 했었으나 시작은 호남과 충남 경북에서 비롯됐다.

 

▲ 지난 5월29일 기자가 찍은 사진. 뒤편으로 철암역두가 보인다.

 

호남에서도 탄광이 번성했다. 화순은 전국에서 세번째로 규모가 큰 탄광지대였다. 화순 탄광은 구한말인 1905년 화순 출신 박현경(1883~1949)이 동면 복암리 일대를 광구로 등록하면서 채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화순에서만 20여개의 탄광이 운영되면서 광부 수가 1600여명에 달하는 등 대규모 탄광촌이 형성되기도 했다. 백과사전과 언론의 보도를 일부 발췌했다.

 

하지만 석탄 산업은 대체 에너지원 개발과 연탄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 폐광이 잇따르면서 탄광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전국에 300곳이 넘던 탄광은 이제 화순의 화순광업소, 태백의 장성광업소, 삼척의 도계광업소·경동상덕광업소 등 네 곳만 남아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 문경에서의 사진전 표지.

 

 

▲ 전제훈 작가의 광부사진들 중 일부.

 

전제훈 작가는 탄광의 현실을 알기에 바로 그 현장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전제훈은 작가 이기 이전에 광부다. 1983년에 함태탄광에 입사,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사진동호회에도 참여했었다. 그래서 카메라와의 인연은 시작됐고 현장의 사진을 담아냈다. 공모전에도 참여해 기록과 함께 노하우를 쌓았다.

 

▲ 문경 전시회에서 태백지역 작가들과 함께.

 

처음엔 생활처럼 사진을 찍고 기록하다가, 세월을 차곡차곡 쌓아오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이 됐다고 봐요. 10여년전부터 그 가치를 느꼈고 지금의 제가 있게 됐습니다

 

작가 전제훈은 갱내의 삶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30년 넘게 갱내 화약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현직 광부인 전제훈이 사라져가는 석탄산업을 기록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사진작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위험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막장을 오가며 동료 광부들의 삶과 애환을 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 광업소 사진전과 작가 전제훈

 

▲ 보령 석탄박물관 앞에서

 

▲ 충남 보령 갱.s전시장

 

그래서 전제훈 작가는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증산보국(增産保國)’으로 했다.

그는 증산보국이라는 구호가 광부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고 고강도 노동 착취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하여 전시회 주제도 증산보국이다. 지난해 문경과 보령, 화순, 철암에서 전시했다.

 

▲ 보령 전시장 모습'

 

전제훈 작가가 말하는 광부사진전은?

전제훈 작가는 사진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나에게 운명 이자 행운이었다며 또한 탄광이 첫 직장인 사람들이 이제 정년이 얼마 남 지 않았을 정도로 세월이 지나버렸다. 깊은 탄광 속에 묻혀 살던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 세상 밖으로 드러나야 하고 우리의 삶은 충분히 기록돼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현실에 비쳐진 광부들은 산업화 발전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갱내의 삶은 그 누구보다 힘들고 치열했다. 갱 막장을 오가며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은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현실을 알고 있는 전제훈 광부가 그 현실을 담아내는 것은 운명이었다.

 

▲ 화순광업소 입구.

 

▲ 화순 소아르 갤러리와 작가.

 

▲ 소아르 갤러리

 

지난해 그는 바로 그 탄광이 있었거나 현재 가동중인 탄광의 장소 한 켠에서 광부의 모습을 증산보국으로 담아냈다.

 

1차는 지난해 94일부터 26일까지 경북 문경의 갤러리 카페 피코에서, 2차 전시는 104일부터 31일까지 충남 보령의 갱스 카페 갤러리, 3차는 1123일부터 128일까지 전남 화순군 화순읍 소아르미술관에서, 4차는 1212일부터 31일까지 태백 철암탄광역사촌에서 전시했다.

 

▲ 갤러리 사진전 전시장 앞에서 작가.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 작가 전제훈은 막장으로 향했다.

캄캄한 막장에서 빛을 캐는 사진가인 그는 지열과 습기로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막장의 탄가루가 휘날리는 깜깜한 갱도에서 헤드랜턴의 빛 한 줄기에 의지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탄을 캐는 광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여기엔 땀과 시커먼 탄가루로 뒤범벅된 얼굴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광부들의 강인한 모습이 투영돼 있다.

 

이제 증산보국은 정부와 대한민국 국민들이 광부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석탄(연탄)으로 오늘에 이르렀으며, 20223월 기준 세계 경제규모 10, 세계 군사력 6위의 부강한 나라가 됐다.

 

▲ 전제훈 작가의 은하수 야경 함백산

 

광부들이여, 이제 그대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할 때가 됐습니다.”

순직산업전사들과 진폐환자, 퇴직광부,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게 정부와 정치권, 지역사회에서는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석탄산업전사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를 통한 사업추진, 기획과 포럼 등의 행사 개최, 황지동 순직산업전사위령탑 부지 주변에 2027년까지 추진하는 성역화사업과 조성과 국가주관의 위령제(문화제) 추진으로 보답할 것이다.

 

그리고 전제훈 작가는 올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7월 고한의 삼탄아트마인에서는 그룹전을, 10월까지 영월 동강국제사진전에도 참가하며 그리고 광부4 묻히지 않은 기억들을 전시 발표한다. 태백에서는 2016년부터 은하수 사진전의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태백산 천제단의 밤 하늘의 사진이 그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리고 매봉산과 함백산 금대봉의 은하수 사진을 공개, 전시하기도 했다.

▲ 철암 쇠바우골 장터내 벽화 앞에서 작가. 뒤의 벽화중 전제훈 작가의 모습도 보인다.

 

“Last Miner”

“‘마지막 광부들이라는 주제로 몇 번 더 발표할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 탄광의 흔적들은 곧 사라질 것으로 봅니다. 얼마 남지 않았죠. 이 탄광들이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는 꼭 해야 하며 저는 기록할 것입니다. 이러한 증거물이 없다면 후세에게 보여드릴 수 없겠죠.”

 

대부분의 사진들은 전제훈 작가의 사진전과 그가 촬영한 사진들이며 일부는 본지 태백정선인터넷뉴스의 사진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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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상 기자(chiak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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