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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단종의 최종 정착지는 태백산

태백산 만덕사 주지 혜덕스님

기사입력 2026-02-12 13:52 수정 2026-02-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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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스님

최근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소 관심이 있던 필자 역시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에 대한 소감을 말하자면 연출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으나,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 깊었다. 특히 유해진 씨의 연기는 마치 연기로 차력쇼를 펼치는 듯한 압도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대배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필자가 10여 년 전 만난 한 지역 토박이 주민은 자신의 조상이 영주에서 금성대군을 도와 단종 복위운동에 가담했다가 실패한 뒤 태백산 자락에 은거해 살기 시작했다고 전해주었다.
 

태백산 정상 아래 단종비각은 단종이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에 기반하여 모시던 이들이 1965년 세웠다고 하는데, 탄허스님이 글을 지었다고 한다. 탄허 스님은 20세기 한국불교 최고의 학승으로 평가받으며, 특히 나라와 세계에 대한 예언으로 유명하신 분답게 스님이 지은 단종비각 뒷면의 글을 살펴보면, 역시 놀라운 예언이 새겨져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태백산 산신왕은 우리나라의 도산신(여러 산신중에 리더)이니, 앞으로 태백산 산신왕의 큰 힘으로 우리나라의 영토가 북쪽으로 수만리 동쪽으로 수천리 넓어지리라. 이 일은 아침 아니면 저녁에 곧 이루어질 것이다.

 

태백산 사길령 산신각의 단종

 

세상에는 수많은 예언이 있다. 그중에는 두려움을 주는 것도 있고, 희망을 주는 것도 있다. 1965년이면 우리나라가 한참 힘들고 어려울 때였다. 스님은 희망을 주기 위해 이러한 예언을 새기신 것일까? 이유야 어떻든 대한민국은 2026년 현재 세계 6위의 강대국으로 부상하였다. 경천동지할 일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종비각의 예언을 세상에 알리려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필자의 역량 부족을 반성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단종은 영월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이후 영월 엄씨 엄흥도는 일족의 몰살을 각오하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선산에 모셨고, 그곳이 오늘날의 장릉이 되었다. 영화는 이 지점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역사기록이 담지못한 민심이 전설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억울하게 죽은 어린 임금을 백성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성한 산, 태백산의 산신으로 모셨다. 살아서는 왕좌에서 쫓겨났으나, 죽어서는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한강 이남의 조산인 태백산의 산신으로 추대한 것이다.
 

더불어 권력이 아닌 를 선택했던 금성대군 역시 소백산의 산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민심이 아니면 무엇일까?

 

탄허스님이 지으신 태백산 단종비(단종비각 내, 1965)


 

태백산은 영월군, 정선군, 태백시(구 삼척군), 그리고 경북 봉화군에 걸쳐 있다. 그중에서도 단종을 태백산 산신으로 모시는 지역은 영월과 인접한 어평재와 사길령 일대이다. 공식 지명은 화방재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어평재라 부른다. 이는 단종이 백마를 타고 이 고개를 넘으며 여기서부터 내 땅이다라고 했다는 전설과 깊은 연관이 있다. 속세의 권력이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신성한 공간, 소도(蘇塗)였기에 가능한 상상력이 아니었을까?

 

단종이 걸었던 고난의 여정이 태백산에서 마무리된다는 이 서사를 스토리텔링하고 문화상품화하는 일을 태백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본다. 영월군이 인간 단종을 마케팅한다면, 태백시는 산신 단종을 마케팅해야 하지 않을까?

 

영월군이 단종제를 연다면, 태백시는 단종 산신제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어평재에는 백마를 타고 늠름하게 걸어오는 단종 동상을 세워보자. 어평휴게소 맞은편 산불초소 인근은 그 상징성을 살리기에 적절한 장소로 보인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

 

사길령 산신각과 단종비각을 연계해 단종 산신제를 여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실제로 사길령 산신각에는 단종을 모시고 있고, 매년 유서깊은 산신제가 모셔지고 있다. 이것을 발전시키면 된다.

 

부대행사로 태백산신을 찬탄한 탄허스님을 기리는 다례제, 그리고 탄허스님의 예언처럼 이 나라가 세계 평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기원하는 국운융성 발원제(가칭)’를 함께 진행한다면 더욱 풍성한 문화행사가 될 수 있다.

 

유교식 제례는 성균관이나 유림단체와 연계하고, 무속 의례는 역시 관련 단체들과, 불교식 다례제는 지역 사찰과 탄허 스님이 주석하셨던 월정사와 연계한다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단종비각 역시 보물이나 국보 지정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지역 문화재로는 등재되어야 한다. 이와 연계한 학술대회, 세미나, 연구사업 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살아서는 충신들과 백성을 지키지 못했으나, 죽어서는 태백산 산신으로 좌정해 민중을 돌보았다는 단종의 여정이 마침내 닿은 곳.

이제 그 이야기에 빛을 더하는 일은 태백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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