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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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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벼랑 끝 협상, 삼성전자 노조도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최상률의 일家양得]131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5-21 11:49 수정 2026-05-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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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잠정 유보하고 사측과 합의안에 서명했다. 겉으로 보기엔 극적 타결이니 최악은 피했다는 미사여구가 동원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본 국민의 속마음은 다르다. 안도감보다 먼저 튀어나오는 말은 도대체 왜 여기까지 갔나라는 분노 섞인 물음이다. 총파업 철회가 면죄부는 아니다. 오히려 이 정도까지 밀어붙여도 괜찮다는 잘못된 메시지가 남았을지 걱정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삼성전자 노조에게 있다. 노조는 임금·성과급 협상을 놓고 마치 마지막 전쟁이라도 치르듯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것도 한국 경제의 심장부라 할 반도체 생산을 정면으로 겨누는 방식이었다. 노조의 권리 주장 이전에, 이 정도면 국민경제를 향한 노골적인 위력 시위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국가 전략 산업 전체를 볼모로 잡는 방식으로 관철될 수 있다는 선례가 남는다면, 그 부메랑은 언젠가 노동계 전체를 향해 되돌아올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냥 큰 회사가 아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의 축, 한국 수출의 버팀목,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노드다. 이 기업의 생산이 흔들리면, 자동차·스마트폰·서버·AI 데이터센터까지 줄줄이 파장이 미친다는 경고가 이미 수차례 나왔다. 해외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노조는 총파업 돌입이라는 말 한마디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불안의 파문을 던졌다. 이는 한 기업 내부 교섭을 넘어 국가 브랜드와 산업 신뢰에 직접적인 상처를 남기는 행위였다.

 

노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총파업 카드를 정당화하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국가 전략 산업을 앞세워 사측을 압박하는 구도가 더 적나라하게 보일 뿐이다. ‘정당한 권리과도한 권력 행사의 경계는 분명하다. 임금과 복지를 위해 그 무엇도 건드릴 수 없다는 식의 태도가 노동권은 지켜주되, 국민경제는 알아서 버티라는 이야기로 들리는 순간, 공감은 지지를 떠나 냉소로 바뀐다. 노동권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지만, 그것이 경제 전체를 흔들 권한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파장이 삼성전자 담장 안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든, 그 가능성이 반복해서 언급되든,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협력업체와 소부장 생태계다. 생산량 조절, 라인 재배치, 물량 변경이 거론되는 순간 1·2·3차 협력업체는 바로 자금줄과 인력 운용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규 투자 계획은 뒤로 밀리고, 비정규직·파견·용역 인력부터 조정 대상으로 올라간다. 원청 교섭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총파업 카드는 곧바로 고용불안 카드로 번역된다.

 

그리고 그 비용은 원청 교섭의 당사자도 아닌 중소기업과 하청 노동자의 불안으로 전가된다. 원청 정규직 노조의 투쟁이 타인의 일자리와 생계 위에 세워지는 구조라면, 그것을 정의롭다고 부를 수 있는가. 구조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곳일수록 충격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안다면, 강력한 교섭력과 조직력을 가진 대기업 노조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절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노조가 보여준 행태에는 이런 균형 감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번 잠정 합의의 내용 역시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특별성과급 재원 비율, 자사주 지급, 10년이라는 장기 적용 등 노조가 얻어낸 성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문제는 총파업 직전까지 몰고 가야만 이런 합의가 가능했느냐는 점이다. 애초에 대화와 협상으로 충분히 조율할 수 있었던 사안을, 극단 상황까지 끌고 가서야 겨우 봉합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끝까지 밀어붙이면 더 얻는다는 학습 효과를 남겼다면, 이번 합의는 봉합이 아니라 위험한 선례다. 다음번에도 노조가 같은 전술을 반복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성과급 구조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특별성과급 체계는 오랫동안 깜깜이논란과 형평성 시비를 낳아 왔다. 이번 합의로 일부 기준과 지급 방식이 명문화됐다 하더라도, 결국 성과의 과실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특히 성과급을 사실상 고정급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임금 체계의 왜곡과 내부의 세대와 직군 간 갈등이라는 새로운 뇌관을 품게 된다. 그때마다 또다시 총파업 카드가 꺼내진다면,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대기업 노조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노조는 스스로를 사회적 파트너라 부르면서도, 실제 행동은 기업 내부 이해에 과도하게 매몰되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본사와 지방 사업장 사이에 놓인 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침묵하거나 미지근했다. 그 공백만큼, 대기업 노조가 국가경제를 상대로 보여주는 강경 전술은 더욱 날카롭게 인식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말하려면, 먼저 힘 있는 노조가 그 힘을 어디까지 어떻게 쓸지부터 스스로 엄격히 규율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관전자처럼 뒤에서 박수만 치고 있을 자격은 없다. 이번 사태는 결국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나서 조정에 나설 정도로 커졌고, 국무총리까지 국가경제 위기와 긴급조정 가능성을 언급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곧 정부가 핵심 산업 노사분쟁을 사전에 관리하고 조정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자백이다고 할 것이다. 평소에는 노사 자율을 앞세우며 한 발 물러서 있다가, 막판에야 불 끄러뛰어드는 식이라면 그 책임은 무겁게 받아야 한다. 제도적·구조적 개입에는 소극적이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졌을 때만 얼굴을 비추는 방식은 더이상 용납되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의 대응 패턴은 늘 같다.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해외 언론과 투자자까지 주목할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장관이 현장을 찾는다. 그 사이에 국민경제와 공급망 신뢰는 이미 흠집을 입는다. ‘핵심 산업 리스크 관리라는 말은 늘 정책 문서에 등장하지만, 실제 행정은 사후 수습에 머물러 왔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정부 노동·산업 정책의 가장 큰 실패다. 전략 산업에서의 대형 파업 리스크는 사후 수습이 아니라 사전 관리를 통해 줄여야 한다는 상식적인 원칙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노동정책의 틀도 바꿔야 한다. 반도체와 같은 전략 산업을 일반 제조업과 똑같은 잣대로 다루면서 노사 자율에 맡기자는 말로만 일관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 필수공익사업 지정 여부만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넘어, 공급망 민감도가 높은 산업에 대해선 조기 경보, 사회적 영향 평가, 협력업체 보호 장치, 비상 생산 안정매뉴얼 등 별도의 제도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총파업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그 가능성만으로도 글로벌 고객과 투자자에게 각인된 리스크 프리미엄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입법 공백 문제도 짚어야 한다. 노동 3권 보장과 국가경제 보호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할 때,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쟁의 행위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 이 모호함이 곧 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의 벼랑 끝 전술을 부추긴다. 반대로 정부가 모든 것을 금지와 제한으로만 풀려 한다면, 그것 역시 심각한 역풍을 부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양극단이 아니라, 핵심 산업에서의 쟁의 행위가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레드라인을 사회적으로 설정하고 제도화하는 작업이다.

 

이번 사태는 노조에게도, 정부에게도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노조는 우리가 얻어낸 결과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떠넘긴 불안과 비용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극적 타결이라는 말로 상황을 포장할 것이 아니라, 왜 늘 마지막 순간에야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서 도망치는 한, 삼성전자 다음에는 또 다른 전략 산업이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오늘의 삼성전자가 내일의 조선, 모레의 2차전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총파업은 멈췄다. 그러나 국민이 걱정하는 진짜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대기업 노조가 전략 산업을 인질로 삼는 관행, 정부가 뒤늦게 소방수흉내만 내는 관성, 하청과 중소기업이 항상 뒤에서 비용을 떠안는 왜곡된 구조.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이번에는 잘 넘겼다고 자위한다면, 다음 위기는 더 거칠고, 더 파괴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는 누가 더 잘 싸웠느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 “누가 더 책임 있게 구조를 바꿀 것인가를 묻고 답해야 할 시간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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