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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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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40년, 이제는 ‘노동질서 설계자’로 전환할 때다

[최상률의 일家양得]143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7-09 08:20 수정 2026-07-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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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노무사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1986111명으로 출발한 조직이 8,600여 명의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자축이 아니라 냉정한 평가다.

 

지난 40년이 노동분쟁 해결의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40년은 그 역할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지금까지 공인노무사는 주로 사후적 해결자로 기능해왔다. 노동위원회, 법원, 사업장 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한 이후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은 본질적으로 갈등이 발생한 이후에 개입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불공정과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에는 기여가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의 노동환경이 이러한 사후 대응형 전문성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노동의 형태 자체를 재편하고 있으며, 기존 법·제도의 적용 범위를 빠르게 무력화시키고 있다.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 초단기 계약, 알고리즘에 의한 노동 통제 등은 더 이상 주변적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노동법 체계와 정책 대응은 여전히 전통적인 고용관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이 괴리는 갈등을 양산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약자에게 전가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인노무사의 역할 역시 뒤처진 제도를 해석하는 전문가에 머무를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짚어야 한다. 공인노무사가 기존 역할에 안주한다면, 노동시장 변화의 주도권은 기술과 자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전문가 집단이 변화의 설계자가 되지 못하면, 결국 변화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역할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공인노무사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첫째, 분쟁 해결 중심에서 갈등 예방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사업장 내 규범 설계, 노동조건 설정, 알고리즘 관리 기준 등 사전적 개입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법 해석을 넘어 규범 형성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AI와 노동의 결합 영역에서는 기존 법률만으로 대응이 불가능하다. 데이터 기반 인사관리, 자동화된 평가 시스템, 플랫폼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 등은 새로운 기준 설정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공인노무사는 단순한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기술과 노동의 접점을 설계하는 정책 행위자로 나서야 한다.

 

셋째, 노동약자 보호의 방식도 재설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보호 방식이 사후 구제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접근권 보장, 정보 비대칭 해소, 집단적 대응 구조 설계 등 구조적 보호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노동 주체에 대한 보호는 기존 틀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공인노무사회 내부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직역 확대나 시장 영역 확보에 머무르는 전략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교육, 연구, 정책 참여, 윤리 기준 정립 등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AI 시대에 걸맞은 전문성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는다면, 공인노무사의 전문성 자체가 도전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 윤리와 노동 현장이라는 의제를 제시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기준과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구호에 그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이 아니라 실행력이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동정책이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거나, 현장과 괴리된 채 설계되는 한 어떤 제도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공인노무사를 정책의 협력자가 아니라 공동 설계자로 인정하고, 제도 설계 단계부터 참여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은 계속해서 현장에서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노동의 미래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 기술과 자본이 일방적으로 규칙을 만드는 구조를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중심에 둔 질서를 능동적으로 구축할 것인지의 문제다.

 

창립 40주년은 과거의 성과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러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분기점이다. 공인노무사가 여전히 분쟁 해결 전문가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노동질서 설계자로 도약할 것인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앞으로의 40년은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 만들어야 한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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