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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초과이윤분배' 토론회,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최상률의 일家양得]144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7-10 09:45 수정 2026-07-1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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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고용노동부가 오는 14일 서울 용산에서 '인공지능(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혁신의 길'이라는 이름의 노사정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명칭은 완곡하지만 실제 의제는 분명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삼전닉스' 성과급 갈등에서 촉발된 대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 이른바 'N% 성과급' 제도화 문제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사 합의 직후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것인지,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며 이 논의에 불을 붙였다.

문제는 이 의제가 처음 제기된 지 이미 한 달 반이 지났고, 한 차례 무기한 연기와 명칭 변경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핵심 개념조차 정리되지 않은 채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오른다는 점이다. 노동전문가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토론회는 방향은 옳지만 설계는 위태로운, '총론은 있으나 각론이 없는' 정책 이벤트가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아래에서 그 우려를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1. '초과이윤'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성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초과이윤'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없다는 것이다. 김영훈 장관 스스로도 "초과이윤은 세금을 빼고 기업 내에 이윤이 남은 것"이라는 식의 느슨한 설명 외에 명확한 산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경제학에서는 '정상이윤(normal profit)' 개념은 존재하지만, 이를 초과하는 이윤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론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도 과거 보고서에서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한 바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 내에서도 '초과이윤''초과세수'라는 서로 다른 두 개념이 뒤섞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국민배당금 논란이 불거지자 "기업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AI 산업 성장에 따른 초과세수를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정작 노동부 장관은 민간기업의 이윤 자체를 재분배 대상으로 지목했다. 국가가 걷은 세수와 개별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른 개념인데, 이 구분이 정부 발신 메시지에서부터 흐트러져 있다는 것은 논의의 출발점 자체가 부실하다는 신호이다. 개념이 정의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는 결론 없는 정치적 수사로 흐르거나, 반대로 자의적 기준에 따른 자의적 개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 임금성과 교섭 대상성 논쟁과 법리적 근거의 취약성

노동부가 이 의제를 노사정 대화 테이블에 올리는 순간, 이미 확립된 법리와 충돌한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경영실적에 따라 지급 여부와 수준이 달라지는 성과 배분은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임금 범주에서 배제해 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판례를 근거로 "기업 이익 배분은 노조와의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를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는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특별권고까지 회원사에 배포했다.

노동부가 이런 법리적 긴장을 해소할 방안 없이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으로 논의를 밀어붙이면, 실제로는 두 가지 위험이 동시에 발생한다.

첫째, 법원이 이미 정리한 임금성 판단을 정부가 정치적으로 우회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어 사법부와의 마찰을 자초하는 것이다. 둘째, 반대로 아무 제도적 결론 없이 끝난다면 노동계의 기대만 부풀린 채 갈등을 이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은 통상 지급하는 임금이 아니어서 노사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명확한 판례가 있다""이를 두고 파업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법리와 정책 담론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정부 부처 간 엇박자와 정책 신뢰의 훼손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 내부에서조차 방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초과이윤의 사회적 공유'를 제기하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정면으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갈등으로 당초 61일 예정이었던 토론회는 무기한 연기됐고, 노동부는 부처 간 이견을 수습하지 못한 채 명칭을 '사회연대임금'에서 논란을 피하기 위한 'AI 기술혁신·사회혁신'으로 바꿔 재상정했다.

여기에 청와대까지 등장해 프랑스식 이익분배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서로 다른 참조 모델을 제각기 언급하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심지어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기존 성과급 협약을 백지화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근거 없는 유포 글이 증권가를 흔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정책 신호의 불일치가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동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생명인데, 부처 간 조율 없이 장관 개인의 화두 제기로 시작된 의제가 시장을 뒤흔드는 현재의 패턴은 정책 신뢰도 자체를 갉아먹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4.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오히려 심화시킬 역설

이 논의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지점은, 애초 명분이었던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영업이익 N% 성과급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는 주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HD현대중공업, 카카오 등 이미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이다. 이들이 영업이익의 10~30%에 달하는 성과급을 제도화할 경우, 정작 원청 대기업에 종속된 하청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는 이 배분 구조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김영훈 장관 스스로도 "삼성전자의 성공은 노사의 헌신뿐 아니라 협력업체, 정부 지원, 지역사회의 지원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며 원·하청 격차 문제를 언급했지만, 현재 논의되는 N% 성과급 제도화는 원청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협상력을 오히려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조차 "정규직 노조 중심의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위화감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이 지점만큼은 경영계와 노동전문가의 우려가 겹친다. '사회연대임금'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실질적 설계 없이는 대기업 노조의 지분 확대 요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만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5. 손실 분담의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

이익이 날 때 나누자는 논의는 무성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꺾이거나 적자가 발생했을 때 그 부담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반도체(DS) 부문은 성과급 47%를 받은 반면,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VD·DA) 부문은 12%에 그치는 등 사업부별 격차가 이미 문제로 떠올랐고, 노사는 적자 사업부에 대한 배분 방식을 1년간 유예하는 미봉책으로 봉합했다. 이는 '초과이윤 공유'가 상시적·제도적 틀로 못 박히는 순간, 호황기에는 대규모 배분을 요구하면서 불황기에는 손실 분담을 거부하는 비대칭 구조로 굳어질 위험을 예고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이익분배제가 참조되고 있지만, 정작 그 제도는 인당 지급 상한(35,000유로, 우리 돈 약 6,100만원)을 두고 있고 사전에 노사가 목표치와 산식을 합의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상한도, 손실 분담 규정도 없이 "영업이익의 N%"만 떼어가겠다는 국내 대기업 노조의 요구와는 제도적 정교함에서 차원이 다르다. 이런 세부 설계 없이 해외 사례의 명칭만 빌려오는 논의는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6. 해외 모델 벤치마킹의 함정

김영훈 장관이 참조모델로 제시한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의 원형인 스웨덴 렌-마이드너 모델은, 사실 1990년대 초 성과주의에 반한다는 비판 속에 폐지된 정책이다. 장관 스스로도 "스웨덴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지만, 그렇다면 왜 이미 폐기된 모델의 이름을 정책 화두로 다시 꺼내 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실패한 정책의 이름표를 내걸고 시작한 논의는 그 자체로 정책 설계의 엄밀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유럽에서도 이제는 대부분 폐기되었거나 부분적으로만 남아있는 제도를, 산업구조와 노사관계 전통이 전혀 다른 한국에 이식하려는 시도는 신중한 검증 없이는 또 다른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7. 사유재산권·기업지배구조와의 충돌 가능성

마지막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노사 합의로 사전에 떼어내는 방식이 일반화되면 상법상 기업 이익 처분권, 즉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의사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정부는 성과급 협상 시 주주총회 승인을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노사 합의만으로는 이익 배분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정부 스스로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주주들의 몫으로, 정부의 논의는 회사법 구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이는 단순한 경영계의 방어 논리를 넘어 이 정책이 상법 체계와 정면으로 부딪힐 소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나가며

AI·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발생한 천문학적 이익을 노동자, 하청업체, 지역사회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문제의식 자체는 정당하고,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노동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현재의 토론회 준비 과정은 다음 세 가지를 결여하고 있다.

 

첫째, '초과이윤'에 대한 조작적 정의와 산정 방법론이 없다. 둘째, 임금성·교섭대상성이라는 법적 쟁점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사전 검토가 부족하다. 셋째,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논의가 원·하청 격차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오히려 심화시킬 위험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성과급 제도화나 입법 로드맵을 곧바로 내놓기보다 폭넓은 시각을 듣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고 밝힌 점은 신중한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개념적 토대 없이 반복되는 토론회는 결국 소모적 논쟁만 재생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음 주 토론회가 상징적 이벤트에 머물지 않으려면, 정의·법리·분배범위라는 세 가지 각론에 대한 최소한의 로드맵이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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