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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은 ‘동기부여 장치’가 아니라 ‘노사 신뢰계약’이어야 한다

[최상률의 일家양得]145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7-13 05:15 수정 2026-07-1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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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슈 픽 쌤과 함께한여름 경제특집 1편에서 한성대 권상집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성과급 논란을 단순한 보상 갈등이 아니라, 기업의 성과 배분 원리와 노사 신뢰가 붕괴한 결과로 짚어냈다. 특히 삼성의 성과급 제도 도입 배경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기업 현장의 후폭풍을 통해, 성과급이 더 이상 일부 기업의 인사관리 기법이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 쟁점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이 강의가 던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성과급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회사는 성과급을 열심히 일한 대가라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종종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회사에서 함께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지급기준은 비공개이고, 계산 방식은 복잡하며, 결과는 사후 통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노동자에게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불신의 언어가 될 수 밖에 없다.

 

권상집 교수는 국내 성과급 제도의 기원을 1993년 삼성의 신경영 선언과 연결해 설명했다. 연공서열형 보상에서 벗어나 능력과 성과 중심의 체계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성과급은 한국 대기업 인사제도의 표준처럼 자리 잡았지만, 그 제도적 정당성은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 , 성과를 강조하는 담론은 빠르게 확산 됐지만,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어떤 원리로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민주적 합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날의 성과급 갈등이 발생한다. 노동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반드시 적게 받았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왜 그만큼 받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준이 공개되지 않고,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으며, 사후에도 납득 가능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을 때, 성과급은 공정한 보상이 아니라 자의적 배분으로 인식된다. 권 교수가 성과급 갈등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뢰라고 짚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대기업 현장에서 반복된 갈등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SK하이닉스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삼는 구조가 성과급 기대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고, 그 여파는 다른 기업들로 확산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전자에서도 기존 기준의 불투명성과 영업이익 연동 방식 전환 요구가 맞물리며 노사 갈등이 격화됐다. 이는 특정 기업의 노사관계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성과 배분 원칙을 사전에 제도화하지 않은 채 실적이 좋을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응해온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고 봄이 옳다.

 

노동의 관점에서 보면, 성과급 제도는 애초에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성과는 결코 개인 혼자 만들어내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산직이든 연구직이든 사무직이든, 기업의 성과는 개별 노동자의 능력뿐 아니라 조직 협업, 설비 투자, 시장 상황, 환율, 기술 축적, 하청과 공급망의 기여가 중첩된 결과다. 그런데 기업은 흔히 집단적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경영 판단의 몫으로 전유하면서, 그 일부만을 선별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운용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성과급이 노동의 정당한 몫을 보장하기보다 오히려 통제 수단으로 기능할 위험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성과급이 기본급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다. 기업은 고정급 부담을 줄이고 변동급 비중을 늘리려는 유인을 갖는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임금은 생계의 기반이며,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과급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임금체계는 경기 변동과 경영평가에 흔들리는 불안정 구조로 바뀌고, 노동자는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계획하기 어려워진다. “성과를 내면 보상한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릴 수는 있어도, 노동법과 노동정책의 관점에서는 안정적 생활임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래서 성과급 개편 논의는 단순히 배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를 줄 것인지, 상한을 없앨 것인지 같은 수치 논쟁만으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성과급을 둘러싼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첫째, 지급기준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임금 규정에 명시되어야 한다. 둘째, 산식은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공개되어야 한다. 셋째, 성과의 측정 단위가 개인인지 팀인지 회사 전체인지에 대해 사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넷째, 성과급이 기본급 인상을 대체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노동전문가의 입장에서 강조해야 할 것은 성과급의 임금성문제다. 최근 기업 현장에서는 성과급이 통상임금, 퇴직금, 각종 법정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지 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성과급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내부 규정 등에 의해 회사의 지급 의무가 인정되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지만, 회사마다 제도 설계가 달라 결론도 엇갈리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많은 기업이 성과급을 실질적인 임금으로 활용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할 수 있도록 모호하게 설계해 왔음을 뜻한다. 노동정책은 이 회색지대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과급이 진정으로 정당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세 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성과급은 기본급 위에 덧붙는 추가 보상이어야지, 기본급 억제의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성과의 창출 과정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집단적 기여를 반영해야 하므로, 지나친 개인별 차등은 조직 내 경쟁만 키우고 협업을 해친다. 셋째, 노사가 공동으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권 교수가 지적했듯, 노사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상태에서는 어떤 제도도 신뢰를 만들 수 없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성과급을 선진적 보상 체계처럼 포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불투명한 산정, 일방적 통보, 법적 회피, 기본급 억제와 결합되며 숱한 갈등을 낳았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성과급을 얼마나 줄 것인가가 아니라, 성과급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오늘 방송이 시사하는 바도 분명하다. 성과급 제도 개혁의 출발점은 더 많이 주라가 아니라 함부로 정하지 마라여야 한다. 경영진의 재량으로 설계되고, 실적이 좋을 때만 생색내듯 배분되며, 실적이 나쁘면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성과급 제도는 오래갈 수 없다. 노동이 함께 만든 성과라면, 그 보상 역시 노사 간 공개된 규칙과 집단적 합의 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성과급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이며, 신뢰의 문제이고, 결국 노동존중의 문제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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