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최저임금 1만700원 결정은 ‘양측 다 불만족인데도 구조는 그대로인’ 전형적 합의 실패의 제도화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한 결정이다.
1. 결정 과정의 핵심 쟁점
2027년 최저임금은 2026년 7월 14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시급 1만700원, 3.7% 인상으로 의결됐다.
월 환산액은 주 40시간, 월209시간 기준 380원 오른 223만 6,300원 수준으로, 약 300만 명의 저임금 노동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이드라인이다.
최저임금위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는 1만1,220원 수준, 경영계는 1만530원 수준을 각각 제시하며 격렬하게 대립했고, 끝내 17년 만에 노사 합의 없이 공익위원안으로 결정이 봉합됐다.
공익위원안 채택은 ‘사회적 대화의 실패’를 행정적 절차로 덮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최저임금위를 실질적인 노사·사회적 합의 기구라기보다 정치·관료적 조정기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2. 근로자 측 논리와 그 한계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동계는 물가·주거비 상승, 실질임금 정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를 근거로 보다 높은 인상률을 요구했으나, 최종안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저강도 인상’에 그쳤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월 220만 원대 임금으로는 수도권 주거·양육·돌봄 비용을 고려할 때 ‘최저생계’조차 온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법정 최저임금이 아니라 ‘정책적 저임금’을 재확인한 수준이라는 냉소를 낳는다.
그러나 노동계의 언론 대응 역시 생계비·물가 상승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최저임금이 전체 임금체계·사회보험·복지제도와 어떻게 연동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 설계 논의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임금총액 구조·최저임금이 최저임금 구간 노동자의 조직화·교섭력에 미치는 효과 등 보다 구조적 관점을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투사하지 못한 탓에, ‘노동계도 결국 매년 숫자 싸움만 하는 집단’이라는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
3. 사용자 측 논리와 그 모순
한국경제인협회, 경총,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영세·소상공인의 경영 한계”, “매출 부진과 비용 상승의 이중고”, “청년·저소득층 일자리 위축”을 근거로 이번 인상을 유감·우려로 평가했다.
이들은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제도화, 차등 적용, 속도 조절 등을 주장하며, 일자리 축소와 폐업 증가를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매출 부진·비용 상승의 책임을 구조·정책·대기업 유통 구조가 아닌 ‘최저임금 인상’으로 과도하게 전가한다.
생산성·부가가치 배분 구조 개선 없이, ‘임금만 동결·억제하면 경영은 유지된다’는 과거 지향적 발상을 반복하는 것이다.
청년·취약계층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면서도, 실제로는 질 낮은 알바·단기 일자리를 유지하는 구조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용자 단체들이 요구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의 헌법적·법률적 성격인 “보편적 최저 기준”을 잠식하고, 특정 업종에 대한 구조적 저임금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경기 악화·산업 구조 변화의 부담을 사회 전체·국가 재정·대기업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임금 구간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깎는 방식으로 떠넘기자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4. 언론 보도 프레임에 대한 비판
다수 언론은 “노사 모두 불만 공익안으로 3.7% 인상”, “17년 만에 노사 합의 불발”, “중소기업·소상공인 부담 가중” 등 ‘갈등·피해’ 프레임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이 헌법상 인간다운 생활 보장,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사회적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기본 설명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또한 사용자 측 입장을 전하는 기사들은 ‘경영 한계’, ‘폐업 우려’ 등의 정서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재무 데이터·업종별 수익 구조·임금 비중에 대한 실증적 분석보다는 단체의 논평을 거의 그대로 인용·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노동자 측 기사 역시 생계비·임금 수준에 대한 서술은 있으나, 체계적 통계·분석보다는 사례·호소에 의존해 ‘동정과 피로’ 사이에서 소진되는 여론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보도 방식은 최저임금을 ‘사회적 권리·제도 설계’의 쟁점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갈등 이벤트·수치 게임’으로 소비하게 만들며, 핵심 쟁점을 흐리게 만든다.
노사가 각자 “아쉬움”과 “우려”를 말할 때, 언론은 그 구조적 모순을 파고들기보다 ‘중립적 전달자’로 자임함으로써 사실상 현행 제도 유지의 방조자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5. 노동전문가 관점에서 제도·논리의 재구성 제안
노동자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기보다, 물가·주거비·돌봄 비용의 현실을 감안할 때 ‘최저생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저임금의 재인증’에 머물렀다는 것을 고백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번 결정은 단기 인건비 부담의 증가는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업종별 차등·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것은 구조 개혁 대신 임금 억제를 통해 문제를 우회하려는 구시대적 처방일 뿐이다.
노동전문가적 관점에서 비판의 초점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에 놓여야 한다.
최저임금위의 공익위원 중심 결정 구조를 재검토하고, 노사·시민사회·지역 대표성을 강화한 실제적 사회적 대화 기구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논의를 고립된 연례 이벤트가 아니라, 세제·사회보험·복지·임금체계 개편과 연동된 중장기 임금전략의 일부로 설계해야 한다.
사용자 단체들이 요구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소한 노동자 측 참여 하의 엄격한 기준·기간·평가·종료 메커니즘을 갖추지 않는 한 ‘영구적 저임금 구역’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컨대,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에 기반해, 최저임금 인상이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사회 안정 비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인건비 부담이 큰 업종에 대해서는 납품단가·유통 수수료·임대료 구조 조정 등 상위 구조를 건드리는 정책 패키지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최저임금 논의는 매년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그대로인데 숫자만 조금 오르는” 의례적 갈등으로 반복될 것이며, 노사 모두가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실제 구조는 유지·강화되는 역설이 계속될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