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여당 토론회에서 드러난 ‘68.6점’의 의미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열린 이번 노동정책 토론회는 여당 의원실과 노동·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이미 상징성이 크다. 국회 내에서 노동정책을 담당해 온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창곤 이사장이 나란히 인사말을 한 구조 자체가 이 정부 노동정책의 자화상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 토론회를 준비한 일하는시민연구소, 사무금융우분투재단,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지난 1년간의 노동정책을 국민 인식조사와 현장 평가를 통해 수치화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그 결과가 바로 ‘68.6점’이라는 평균 평점이다. 임금체불 처벌 강화와 산업안전 정책은 80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아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의 영역으로 확인된 반면, 노조법 제2·3조 개정(이른바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외국인 노동자 통합지원, 청년 자발적 이직 1회 실업급여 등은 50점대에 머물며 논쟁적 의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이용우 의원의 인사말은 이런 평가를 전제로, 지난 1년을 “분명 앞으로 나아간 시간”으로 규정한다. 두 차례 대통령 거부권을 돌파해 개정된 노조법 제2·3조가 마침내 시행에 들어갔고, 임금체불을 도둑질과 다르지 않다는 사회 인식이 자리 잡으며 처벌이 강화됐다는 점을 성과로 강조한다.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법정 공휴일이 된 것, 산업안전본부의 차관급 승격과 노동감독 행정의 강화, 안전운임제의 재도입, 공무직위원회 출범 등 역시 “오랜 시간 노동 현장이 요구해 온 성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발표된 각종 설문과 언론 보도는, 이 성과가 “노동존중 담론의 복원”이라는 차원에 머물러 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의 보호, 5인 미만 사업장 문제 등 구조적 개혁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을 70점으로 평가하면서도 “아궁이에 불은 때는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표현한 민주노총의 진단은, 제도 변화와 현장 체감 사이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토론회는 바로 이 간극을 숫자와 서사, 정치와 현장이 함께 직시하는 장이었다. 이용우 의원과 이창곤 이사장의 인사말은 이 정부 노동정책의 장단점을 ‘정치의 언어’와 ‘현장의 언어’로 동시에 증언한 텍스트로 읽을 수 있다.
Ⅱ. “복원된 노동존중” 두 인사말이 그려낸 1년의 성과
두 인사말의 공통된 출발점은 윤석열 정부 시기의 “억압적이고 통제 중심이었던 반노동 기조”에서 벗어나, 노동과 생명을 존중하는 정책기조를 복원했다는 평가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여당 모두 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일정 정도의 합의에 도달한 모습이다.
첫째, 산업안전과 산재 예방 영역에서의 진전이다. 산업안전본부의 차관급 승격, 노동감독관 증원 및 노동감독 행정 강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은 전문가 설문에서도 가장 긍정적 평가를 받은 정책으로 꼽혔다. 올해 1분기 사고사망자가 113명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이용우 의원의 언급은, 정책 의지가 곧바로 통계의 변화를 통해 입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직장갑질119 설문에서 노동전문가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 항목 역시 산업재해·중대재해 예방이었다는 점은 이런 흐름을 재확인시켜 준다.
둘째,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동존중 담론의 복원이다. 두 차례 대통령 거부권을 뚫고 통과된 노조법 제2·3조 개정은,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제도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노동계는 이를 “노동기본권 보장의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교섭의 진행과 현장에서의 작동에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이라는 이름과 함께 법정 공휴일로 회복한 조치는, 상징정책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되며 노동존중의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셋째, 임금체불 대응과 공짜노동 근절이다. 임금체불 사업주 처벌 강화와 과징금 부과, 포괄임금제 및 공짜노동 근절 정책은 국민이 가장 높게 평가한 영역이다. 임금체불을 “도둑질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체불 문제를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범죄로 다루는 관행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국노총 역시 노동정책 성과 중 하나로 임금체불·노동안전 정책을 꼽으며, 이를 통해 이전 정부의 “노조 통제 중심 규제, 노동시간 유연화” 기조에서 노동존중 기조로의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넷째, 사회적 대화의 복원과 제도화이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 행사와 노사정 공동선언, 노정협의의 정례화·활성화는, 반노동·탈노사정 노선에서 사회적 대화·조정 노선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창곤 이사장의 인사말은 지역·산업별 사회적 대화 활성화에 대한 국민 지지가 90%를 넘었다고 소개하면서, 사회적 대화가 더 이상 “엘리트 협상의 기술”이 아니라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모든 성과를 요약하면, 이재명 정부 1년의 노동정책은 “노동존중 담론과 제도 복원, 산업안전 및 임금체불 대응에서의 실질적 개선”이라는 제목을 달 수 있다. 두 인사말은 바로 이 복원을 자부심과 책임감이 뒤섞인 어조로 긍정하고 있다.
Ⅲ. “멈춰 선 구조개혁” 사각지대와 균열의 지도
그러나 두 인사말은 동시에, 이 성과가 구조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의 발언은 노동전문가·노동계·언론 보도와 높은 수준의 합치를 보인다.
첫째, 노동법 사각지대의 지속이다. 직장갑질119 설문에서 노동전문가의 93%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 초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노동법 사각지대 해소 정책이 충분히 추진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 확대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가 가장 미흡한 과제로 꼽혔다는 사실은, 구조개혁의 핵심이 여전히 손대지 못한 채 남아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창곤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공급망 하단의 중소 하청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이 여전히 “고용 불안과 위험의 외주화에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 문제를 “20세기 노동법으로는 풀 수 없는 21세기 공급망 자본주의와 플랫폼 경제의 불평등”이라고 규정한다.
둘째,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격차의 심화이다. 한국노총은 이재명 정부 1년을 “노동존중 기조와 사회적 대화를 복원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원·하청의 불공정 관계, 고용형태·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노동조건 격차가 확대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석 달이 지났지만 실제 교섭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들어, “양극화 심화를 개선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용우 의원 인사말 속 “일부에서 우려했던 교섭 쓰나미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문장은, 역설적으로 “쓰나미 대신 정체”가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셋째, 쟁점 정책에서 드러난 여론의 균열이다. 주 4.5일제 시범사업 확대, 플랫폼 노동자 최저보수제, 청년 자발적 이직 1회 실업급여 등은 국민 인식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창곤 이사장은 이를 “쟁점 영역”으로 규정하며, 노사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재원 부담이 따르는 만큼 정교한 사회적 대화와 대상별 설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경·한국경제학회 설문에서 경제학자 다수가 노란봉투법과 친노동정책 기조를 기업 성장의 부담 요인으로 평가했다는 결과는, 노동정책과 성장정책 사이의 긴장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넷째, 정년연장·보편적 보호망·전환 재원 등 구조적 의제의 지체이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 구조개혁 과제는 정년연장, ‘일하는 사람 권리 보장법’ 제정,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통한 보편적 보호망 구축,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단계적 적용, 초과 이윤의 사회적 환류(상생기금·산업전환 체계) 등이다. 그러나 이들 과제는 대부분 “의제화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구체적 입법과 제도 설계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이창곤 이사장이 “수습과 복원은 개혁이 아니다,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선을 긋는 대목은, 복원된 노동존중 담론과 미진한 구조개혁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지적한다.
요컨대, 이재명 정부 1년의 노동정책은 “노동존중의 복원과 구조개혁의 공백이 교차하는 역설”이라는 한국노총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 두 인사말은 이 역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사용 인사말을 넘어 정책 평가의 중요한 텍스트로 읽을 가치가 있다.
Ⅳ. 정치의 책임, 그리고 ‘속도와 실행’의 딜레마
두 인사말 가운데 이용우 의원의 발언은, 이 정부 노동정책이 직면한 정치적 딜레마를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는 “국민은 이미 방향에 동의했다. 남은 것은 속도와 실행, 그리고 갈라진 여론을 설득해 내는 정치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는 노동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구체적 정책·제도 설계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의 간극을 정치가 메워야 한다는 선언이다.
이 딜레마는 세 가지 축에서 나타난다.
첫째, 입법 진전과 실행 지체 사이의 간극이다. 노조법 제2·3조 개정이라는 입법 성과는 분명하지만, 하청 노동자의 실제 교섭 개시와 사법·행정적 공방의 종결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진보적 연구자들은 이를 “입법 진전·실행 지체”라고 요약하며, 정부와 국회가 사법부·행정부의 해석과 집행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교섭 쓰나미가 없다”는 사실이 입법의 성공이 아니라 실행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하는 대목이다.
둘째, 노동정책과 성장정책의 긴장이다. 이재명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 AI·반도체 투자, 대외 통상·경제안보 강화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반면,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설문에서 70% 이상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친노동정책과 노사갈등 심화가 기업 성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엘리트 담론은, 노동정책을 다시 ‘성장의 적’으로 위치시키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정치의 책임은, 노동존중과 기업 성장, 사회적 대화와 경쟁력 강화를 “양립 가능한 목표”로 조율하는 데 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성장과 분배는 보완관계이며, 기업 발전과 노동존중은 양립할 수 있다”고 했던 약속을 실제 제도와 예산, 협의체 구조로 구현해 내는 것이 관건이다.
셋째, 여론의 균열과 설득 정치의 과제이다. 임금체불·산업안전·노동절 같은 영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노란봉투법·주 4.5일제·플랫폼 최저보수제·청년 실업급여 등에서 낮은 지지를 얻는 “불균등한 동의 구조”는, 노동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균열을 숫자로 보여준다. 이창곤 이사장이 이를 “대상별 설득과 사회적 조율이 요구되는 지점”이라고 지적한 것은, 노동정책을 단순히 ‘계급 간 이해관계 조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세대·직종·지역·계층별로 다른 삶의 서사와 위험을 섬세하게 설득하는 정치의 필요를 강조한 말로 읽힌다.
노동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면, 이재명 정부 1년 노동정책의 가장 큰 과제는 “노동존중 복원에서 구조적 전환으로의 승격”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예산·행정·사법·조직화가 연동되는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가 이 과제를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후순위 과제”로 취급하지 않는 태도이다.
Ⅴ. 구조적 전환을 향한 몇 가지 제언
마지막으로, 두 인사말과 각종 조사·토론회 결과를 종합해 노동전문가의 입장에서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사각지대 해소를 국정 노동의제의 1번으로 격상할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초단시간·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 보호는 노동전문가들이 “가장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 영역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미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이들을 언급한 바 있지만, 실제 입법·예산 우선순위에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최소한 단계적 노동법 적용, 근로자 추정제 도입, 플랫폼 최저보수제와 사회보험 적용을 둘러싼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재정·조세·사회적 대화의 연동 구조를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노조법 2·3조 개정의 ‘현장 구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교섭권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교섭과 단체협약, 원·하청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행정부의 지침·지도, 사법부의 해석, 공공부문의 모범사례 제시가 동시에 필요하다. 정부가 노사정 구조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공조달·인허가·지원정책과 연동해 “교섭권을 존중하는 기업”을 인센티브로 대우하는 정책 설계가 고민될 만하다.
셋째, 노동정책과 성장정책의 이분법을 넘는 사회적 대화의 재구성이다. AI·반도체·첨단산업 육성 정책이 시장과 전문가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 가운데, 노동정책이 기업 성장의 부담으로만 인식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각종 노사정 협의체가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 성장, 기후·디지털 전환을 노동정책과 통합적으로 논의하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노동정책을 “성장정책의 제약”이 아니라 “위험의 사회화와 전환의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인프라”로 재구성하는 서사가 요구된다.
넷째, 정년연장·보편적 보호망·초과 이윤 환류에 대한 사회적 설계이다. 고령화·저출생·AI 자동화가 교차하는 조건에서 정년연장은 단순히 ‘노동시장 진입 차단’ 논란을 넘어, 생애 주기 전체의 노동·교육·돌봄 구조 재설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일하는 사람 권리 보장법’, 근로자 추정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단계적 적용, 초과 이윤 상생기금·산업전환 체계 등은 각기 다른 이해집단의 강한 저항을 예고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의 핵심 의제로 정면 배치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토론회의 인사말은, 노동정책 1년의 성적표를 숫자로만 매기지 말고, “복원된 것과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을 함께 보자는 초청장으로 읽을 수 있다. 노동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 초청에 응답하는 다음 1년이야말로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이 진정한 의미에서 시험대에 오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