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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정부’의 자기부정, 메가특구가 여는 위험한 선례

[최상률의 일家양得]153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7-31 09:28 수정 2026-07-3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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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노동존중'을 내건 정부가 재계의 20년 숙원을 들어주려 한다.

기간제 사용 기간 2년을 4년으로, 연구개발직의 주 52시간 상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6개월 확장, 파견 허용 업종 확대, 소득 상위 3% 노동자에 대한 초과근로수당 면제.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확인한 '메가특구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의 노동 특례 목록을 처음 읽었을 때, 노동 현장에서 기간제·파견 노동자의 계약서를 다뤄 온 노무사로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것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경영계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꺼내 들었다가 되돌려 보낸 낡은 청구서의 재상정이다. 다만 이번에는 청구서를 받아 든 쪽이 '노동존중사회'를 내건 정부라는 점이 다르다.

 

1. 2년 제한은 왜 두 번이나 살아남았나.

기간제법의 '2년 제한'2006년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2년 이상 고용할 자리라면 상시·지속 업무이니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취지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각각 4년 연장을 시도했지만 노동계 반발로 두 번 모두 무산됐다(한겨레, 서울신문). 보수 정권조차 넘지 못한 이 조항이 이번엔 '메가특구'라는 지역균형발전 명분을 업고 뒷문으로 들어오고 있다. 전면 개정이 아니라 특정 구역 특례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실패를 학습한 우회 전략에 가깝다. 특별법 특례는 한번 만들어지면 다른 특구·산업으로 확산되는 것이 그간의 패턴이었고, 메가특구는 53특 전역을 아우르는 정책이라 적용 범위도 좁지 않다. 정영훈 부경대 교수의 지적대로 이 특례는 소수 대기업을 넘어 다수 협력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쳐 노동시장 양극화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한겨레).

 

2.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정부안 사이의 거리.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민주노총 간담회에서 "상시 고용 전환을 독려하려던 법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 금지법이 돼버렸다"'111개월 쪼개기 계약' 편법을 지적했다(한겨레).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이 함께 요청한 것은 사회적 대화와 경사노위 참여,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었다(동아일보). 이후 노동부의 기간제 실태조사와 노동구조개혁 태스크포스에서도 기간 확대와 함께 사용 사유 제한, 공정수당 지급 같은 균형추가 검토돼 왔다(서울신문). 그런데 산업부·국무조정실이 주도한 메가특구 초안에는 기간 연장만 담기고 이 균형추는 빠졌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인용하되 그 발언이 요구한 사회적 대화는 생략하는 것, 이것이 이번 초안의 가장 교묘한 지점이다.

 

3. R&D 52시간 예외, 국회가 이미 부결한 조항.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최근 반도체특별법 국면에서 여야 협상 끝에 이미 삭제된 사안이다(한겨레). 당시 환노위 의원들은 "근로시간 문제를 특별법에서 다루는 건 후진적"이라며 위헌 소지까지 거론했다(한국경제). 불과 몇 달 전 스스로 막았던 조항을 메가특구라는 이름으로 되살리는 셈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안이나 소득 상위 3%에게 연장·야간·휴일수당까지 면제하는 안은 명칭만 다를 뿐 실질은 같다(경향신문). 한국의 노동시간은 2024년 기준 OECD 36개국 중 6번째로 길고 OECD 평균보다 97시간 더 긴 반면(동아일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1위에 머문다(조선일보). 장시간 노동을 더 늘리는 유연화가 반도체 산업의 생산성 문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전 세계에서도 미국·일본 정도만 시행하며 두 나라 모두 엄격한 소득·절차 요건을 전제로 하는데(4일제네트워크), 메가특구 안의 안전장치는 '개별 동의' 수준에 그친다.

 

4. 파견 확대와 절차의 문제.

파견 허용 업종 확대나 파견 기간 연장 역시 경영계의 오랜 요구다. '노사 동의''근로자대표 협의'라는 절차가 붙어 있지만, 협상력이 비대칭적인 현장에서 이는 실질적 보호 장치가 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논의를 주도한 것이 노동부가 아니라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부였다는 점이다(한겨레). 국회 기후노동위 관계자가 "보수 정부에서도 추진하지 못한 조항들이 상당수 포함된 법안"이라며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절차적 결함에 대한 경고다(한겨레). 노동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은 산업 진흥 부처의 부속 조항이 아니라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거쳐야 한다.

 

5. '노동존중사회'와의 정면 충돌.

이재명 정부는 노동 존중 실현과 실노동시간 단축을 6대 노동 국정과제의 핵심으로 제시했다(고용노동부). 메가특구특별법 초안은 이 약속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말처럼 수백조 원을 투자하는 메가특구의 목적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어야 하며(한겨레), 좋은 일자리는 노동조건의 하향 평준화 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6.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간제법 개편 필요성 자체는 타당하다. 다만 해법은 기간의 기계적 연장이 아니라 '상시·지속 업무에는 정규직'이라는 사용 사유 제한에서 찾아야 한다. R&D 장시간 노동은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인력 충원과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의 엄격한 활용으로 풀 문제다. 파견 확대는 대상과 기간을 엄격히 한정하고, 위험의 외주화가 협력업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안전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절차다. 노동 조건 규제 완화는 산업 부처가 설계하고 노동 상임위가 추인하는 순서가 아니라 노사정이 함께 만드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어야 한다. 보수 정부 두 번이 넘지 못한 선을 노동존중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 뒤에서 넘으려 한다면, 그 청구서는 결국 노동시장 양극화와 신뢰의 훼손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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