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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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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혁명의 청사진에는 왜 '노동'이 없는가

[최상률의 일家양得]160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8-09 07:17 수정 2026-08-0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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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터뷰는 여러 면에서 시의적절했다. 그는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1년이 10년 같은" 산업혁명급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이를 뒷받침할 법률과 제도가 국회에서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해저케이블, 전력, 용수, 국공유지 확보, 그리고 국회 내 AI 특별위원회 구성까지 그의 문제의식은 구체적이고 시급하다. 그런데 노무사로서 이 인터뷰 전문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노동'이다.

 

이광재 의원 인터뷰로 본 정치권의 노동 공백, 그리고 특위 설계 제언을 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반도체 투자, 데이터센터 부지, 국부펀드형 저출생 대책, 검찰개혁, 전당대회 계파 갈등까지 폭넓게 다루지만, AI가 지금 이 순간 일자리 시장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그로 인해 밀려나는 노동자를 국가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 문장도 할애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연한 누락이 아니라 한국 정치 담론 전반의 구조적 편향이라면, 그 편향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노동 전문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1. 이미 시작된 고용 충격, 정치는 아직 '가정법'으로 말한다.

이 의원은 AI 대혁명을 "10년 뒤" 혹은 "다가오는" 위기로 서술한다. 그러나 통계는 이미 현재형이다.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15~29세 청년 가운데 정보통신업·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7.6%, 81천 명이 줄었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감소폭이며, 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IT·전문직 일자리 6개 중 1개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22일 발표한 '인공지능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256천 개의 일자리가 AI 자동화로 실제 대체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24년 전체 취업자의 2.1%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충격은 전문가(106천 명)와 사무직(56천 명) 등 이른바 '안정적인 화이트칼라'에 집중된다. KDI는 같은 보고서에서 AI가 생산성을 3.5% 끌어올리는 반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연 0.91%포인트 둔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와 그 과실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애초에 분리되어 움직인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분석 기준 AI 대체 위험군은 이미 전체 취업자의 12%인 약 341만 명에 달한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가 "10년 뒤 산업혁명"을 논하는 동안, 노동시장은 이미 재편되고 있다.

 

2. 자본의 속도와 노동의 속도, 국회는 왜 다르게 움직이는가.

더 뼈아픈 지점은 정치가 이 문제를 몰라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미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통해 재교육 확대, 플랫폼·프리랜서 사회안전망 확충, 공정 알고리즘 기준 마련을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최근에는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통해 임금보험 도입, 2027년 소득기반 고용보험 시행, AI 고용 충격을 조기 감지하는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 구축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하나같이 '계획''로드맵'의 언어로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반면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 데이터센터 국공유지 활용 같은 자본 인프라 의제는 이 의원의 입을 빌려 "국회 AI 특위" 구성으로 즉각 제도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870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근로자 추정제''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지난 1월 여당 발의로 국회에 상정됐지만, 야당과 플랫폼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반년 넘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파이낸셜뉴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법사위 소위를 신속히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목전에 둔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지난 6ILO가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한 '플랫폼 경제 양질의 일자리 협약'(193)에 대해서도 한국은 비준 논의조차 본격화하지 못했다.

 

3. AI 인프라의 그늘, 변전소 공청회가 말해주는 것.

이 의원이 직접 관여하는 하남 동서울변환소 공청회 이슈는 AI 인프라 확충이 사람을 어떻게 배제해 왔는지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광주 군공항 처럼 빨리 쓸 수 있는 국공유지"를 찾아 속도전으로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구상 속에서, 그 공사 현장의 건설·전기 노동자를 위한 안전성 평가나 참여 절차가 함께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누구도 묻지 않았다. 데이터센터의 이면에는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라벨링·콘텐츠 검수 노동도 존재하며, 이들 대부분은 고용보험·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걸쳐 있다. 고용노동부 추산 '권리 밖 노동자'는 최소 57만 명에서 최대 862만 명에 이른다.

 

4. '자산으로 재분배'라는 해법의 함정

이 의원이 저서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나라에서 제안한 출생 시 1억 원 국부펀드 지급 구상은 참신하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고용을 통한 소득'이 아니라 '자산을 통한 소득'으로 국민의 삶을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며, 이는 역설적으로 AI 시대 정규 고용의 불안정성을 정치 스스로 인정하는 신호로도 읽힌다. 자산 배당만으로는 부족하다. AI 도입 시 근로자대표의 협의권·정보접근권, 알고리즘 편향성 감사 같은 집단적 노동권 보장이 함께 가야 한다. 이 제도적 뒷받침 없이 국부펀드만 쌓는다면, 그것은 노동시장 붕괴를 사후적으로 봉합하는 재정 처방일 뿐이다.

 

5. 국회 AI 특위 구체적 설계 제언, 노동 없는 특위여서는 안 된다.

이 의원이 제안한 국회 내 청년 여야 의원 중심 AI 특위 구상은 방향 자체는 옳다. 다만 그 설계가 지금처럼 물적 인프라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또 하나의 자본 편향적 기구로 그칠 뿐이다. 실질적 의미를 가지려면 특위를 산업·인프라 소위와 노동·전환 소위 두 축으로 병렬 설치하고, 두 소위의 안건을 전체 회의에서 반드시 병행 보고와 병행 표결하도록 못 박아야 한다. 어느 한쪽 의제만 선행 처리되는 지금의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노동·전환 소위가 우선 다뤄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계류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를 형사소송법 개정안 수준의 정치적 우선순위로 끌어올려 연내 처리한다. 둘째, ILO 193호 협약 비준 절차에 착수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보험법·최저임금법을 정비한다. 셋째, 임금보험과 2027년 소득기반 고용보험의 재원을 구체적으로 입법화한다. 넷째, AI 도입 시 근로자대표 협의권과 알고리즘 편향성 감사를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의무화한다. 다섯째, AI 대체 고위험 직종에 대한 재훈련·전직 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건설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이 다섯 가지를 반드시 우선 다루어야 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 논의는 특위 설치와 동시에 시작돼야 한다. 설치 후 1개월 이내 계류 노동 법안의 병합 심사에 착수하고, 3개월 이내 인프라 의제와 노동 의제를 병행하는 공청회를 열어, 지역 주민뿐 아니라 노동 당사자의 목소리도 함께 듣고, 6개월 이내 우선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반도체 인센티브 법제화와 데이터센터 국공유지 공급에 들이는 정치적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이 다섯 가지 과제에 투입한다면, 특위는 비로소 '자본과 노동이 함께 가는 AI 대전환'이라는 이름에 값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6. 맺음말, 정치가 진짜 봐야 할 '민생'

이 의원은 인터뷰 내내 "민생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당권을 쥘 것"이라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그가 열거한 민생의 목록 즉, 주식, 부동산, 환율, 유가 등에는 정작 이 나라 취업자의 삶을 가장 직접적으로 흔들 AI발 고용 충격이 빠져 있다. 반도체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도 민생이지만, 그 반도체를 설계하던 청년 엔지니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또한 민생이다.

 

AI 대혁명이 "1년이 10년 같은" 속도로 온다면, 노동시장의 재편 역시 같은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가 자본과 인프라에는 국공유지까지 동원해 속도전을 벌이면서, 노동자 보호 입법에는 여전히 '가정법''검토 과제'의 언어를 쓰고 있다면, 그 비대칭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정치적 선택일 뿐이다. 지금 국회에 필요한 것은 반도체 특위만이 아니라, 산업·인프라 소위와 노동·전환 소위를 함께 갖춘, 노동 없는 AI 담론에 마침표를 찍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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