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8-24 13:31

  • 오피니언 > 칼럼/사설

​​​​​​​'저채용 사회'의 경고음과 노동법의 과제

[최상률의 일家양得]164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8-17 22:07 수정 2026-08-18 07:07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지난달 임금근로자가 22487천명으로 1년 전보다 11천명 줄었다. 지난 4(-43천명), 5(-115천명), 6(-81천명)에 이어 넉 달 연속 감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있는 일이고,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로는 외환위기(19981~19993, 15개월), 팬데믹(12개월), 1993(4개월)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사례라고 한다. 숫자만 보면 "11천명"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방향이 문제다. 넉 달째 한 번도 꺾이지 않고 같은 쪽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소분을 자영업자가 메우며 전체 취업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는 착시가 겹쳐 있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이번 통계를 심상치 않게 만든다.

 

1. 숫자 뒤의 균열, 청년과 전문직이 먼저 밀려난다.

산업별로 보면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연구개발, 건축 엔지니어링, 법무·회계 등 이른바 '전문직' 영역인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86천명)이다. 도소매업(-72천명), 건설업(-71천명)이 뒤를 잇는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흔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령별로는 15~29세 청년층에서 21만명이 줄었고, 특히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에서 줄어든 청년 취업자가 전체 청년 고용 감소분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까지는 청년 고용 충격의 중심이 제조업·숙박음식업 등 전통 산업이었다면, 올해는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반면 60대는 87천명이 늘었다. 노무 현장에서 체감하는 세대 간 고용 격차가 통계로도 뚜렷하게 확인되는 셈이다.

 

2. "항공모함에서 돛단배로" 왜 이 통계가 위험한가.

임금근로자 감소분은 비임금근로자, 즉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의 증가로 상쇄됐다. 지난달 비임금근로자는 6649천명으로 119천명 늘어 전체 취업자는 108천명 증가로 집계됐다. 다만 5월에는 비임금근로자 증가(75천명)가 임금근로자 감소(115천명)를 메우지 못해 전체 취업자가 15개월 만에 감소 전환하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취업자 수만 보면 고용시장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법적으로 이 착시는 위험하다. 임금근로자는 고용보험·산재보험·퇴직급여 등 사회안전망 안에서 정기적인 임금을 받는 반면,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는 경기와 매출 변동을 소득으로 고스란히 떠안고 사회보험의 보호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한 전문가는 이 구조를 "임금근로자는 항공모함, 비임금근로자가 늘어나는 것은 돛단배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거시경제에 충격이 오면 항공모함보다 돛단배가 먼저, 더 크게 흔들린다는 경고다. 실제로 정부조차 중동전쟁발 불확실성 등으로 신규 채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하는 상황에서, '돛단배'들이 늘어난 채로 다음 충격을 맞는다면 사회안전망 밖에서 소득이 무너지는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3. 이미 월급을 받고 있는 근로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 통계는 '앞으로 취업할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월급을 받고 있는 근로자에게도 세 가지 경로로 영향을 미친다.

 

첫째, 채용이 위축된 노동시장에서는 사용자의 협상력이 구조적으로 커진다. 신규 채용이 지연되면 재직자 입장에서는 이직·전직을 통한 임금 협상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사용자는 인력 감축이나 처우 동결을 더 쉽게 밀어붙일 유인을 갖는다. 둘째,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임금근로자가 줄고 '1인 자영업'이 늘어난 현상은, 대학·연구기관의 비계약 연구인력이 정리되며 프리랜서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이는 곧 정규 고용관계가 위탁·용역 계약으로 전환되는 '위장 자영업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초호황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전반에 온기가 퍼지지 않는 것은, 대규모 설비투자 중심 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낮아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재직 근로자들도 앞으로 '일자리는 있지만 내 일자리의 질과 안정성은 계속 낮아지는' 국면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4. 노동전문가로서 제안하는 네 가지 대책

첫째, 임금근로자에서 비임금근로자로의 이동이 '자발적 창업'인지 '비자발적 밀려남'인지를 구분하는 통계·행정 인프라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종사상 지위별 증감만 발표해서는 위장 자영업과 진성 창업을 구분할 수 없다. 노동시장 이탈자의 재유입 경로를 추적하는 패널 데이터를 구축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 종사자의 산재보험·고용보험 가입 실태를 분기별로 공개해야 한다.

 

둘째, '유사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법제화해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좁혀야 한다.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늘어난 1인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특정 사업주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된 사실상의 근로자일 가능성이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계약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종속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입법·행정해석의 정비가 필요하다.

 

셋째,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실질적으로 넓혀야 한다. 임금근로자 감소가 구조적 흐름이라면, 사회안전망의 기본 단위를 '근로계약'에서 '노무 제공' 자체로 옮기는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는 노란봉투법 논의의 연장선에서도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다.

 

넷째, 청년 고용에 대해서는 기존의 제조업·서비스업 중심 지원책이 아니라 AI 고노출 업종에 특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요원 안전대책이 아니라, AI로 대체된 신입 직무를 대신할 수 있는 신규 직무를 기업과 함께 설계하고, 채용 인센티브를 AI 전환 업종에 집중 배분해야 한다. 정부가 예고한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도 이 지점을 정확히 겨냥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5. 결론: '고용은 늘었다'는 착시에서 벗어나야 할 때

정부는 고용의 경기 후행성을 근거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임금근로자 고용도 개선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러나 넉 달 연속, 그것도 외환위기·팬데믹에 버금가는 역대 네 번째 감소라는 사실은 단순한 경기 순환으로 넘기기에는 무겁다. 자영업자가 늘어 전체 취업자 수가 플러스를 유지하는 지금의 통계는, 노동시장의 체력이 아니라 개인들이 떠안은 위험의 총합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항공모함이 줄고 돛단배가 늘어나는 바다에서, 다음 파도가 오기 전에 사회안전망의 그물을 촘촘히 짜두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의 전부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빠른 실시간 뉴스, 태백시민·정선군민과 함께 만드는 언론
태백정선인터넷뉴스는 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원사입니다.

 

ⓒ 태백정선인터넷뉴스 (tji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광고문의/취재요청 tbnews21@naver.com)

오형상 기자 (tbnews21@naver.com)

  • 등록된 관련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