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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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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휴일대체 금지법, 상징성 수호를 넘어 실질적 보호여야 한다

[최상률의 일家양得]170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8-25 17:18 수정 2026-08-26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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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51일은 원래 쉬는 날이었다. 그런데 지난봄, 이 당연한 문장이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됐다. 노동절이 62년 만에 이름을 되찾고 63년 만에 법정공휴일이 된 그해에, 정작 그날 쉴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정부의 말이 한 달 사이 두 번 바뀌었다. 그리고 여름의 끝자락인 821, 국회에는 "노동절은 다른 날로 바꿀 수 없다"고 못박는 법안이 접수됐다. 상징을 지키기 위해 상징을 법으로 강제해야 하는 처지에 이른 셈이다. 이 역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이다.

 

1. 한 달 사이 두 번 바뀐 정부의 말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간단명료하다.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노동절만큼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도 다른 근로일과 바꿀 수 없다는 단서를 신설하는 것이다. 법 하나가 통과되면 노사가 아무리 뜻을 모아도 51일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 법안을 낳은 것은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였다는 사실부터 짚어야 한다. 노동절은 지난해 11'근로자의 날'에서 이름을 되찾았고, 올해 4월에는 63년 만에 법정공휴일 반열에 올랐다. 경사가 겹친 봄이었다. 그런데 공휴일 지정 직후인 415~16, 고용노동부는 "노동절은 별도 법률이 정한 유급휴일이므로 대체할 수 없다"고 밝혔고, 노동절에 일한 시급·일급제 근로자는 최대 2.5배의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민주노총은 이를 "노동절이 자본과 타협할 수 없는 노동자만의 고유한 유급휴일임을 재확인한 조치"라며 반겼다.
 

그 환호가 채 식기도 전인 515, 고용노동부는 스스로의 말을 뒤집었다. 노동절이 관공서 공휴일 규정의 적용도 받게 됐다는 이유를 들어, 5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만 하면 노동절을 다른 날로 바꿀 수 있다고 지침을 고쳐 시달한 것이다. 사업주는 이제 2.5배를 주거나, 2배를 주고 대체휴일을 하루 얹어주는 쪽을 골라 쓸 수 있게 됐다. 한 달 사이 '절대 불가'에서 '조건부 가능'으로, 노동조건의 핵심이 뒤바뀐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정확히 이 5월의 결정을 되돌리려는 입법이다. 국회가 나선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행정의 널뛰기를 봐야 한다.

 

2. 상징을 지키자는 마음,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개정안이 내세우는 명분은 소박하고 정당하다. 노동절은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투쟁에서 비롯돼 100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온 상징적인 날이다. 그런 날이 사업장의 근무표 편의에 따라 손쉽게 다른 날로 옮겨진다면, 노동절이라는 제도 자체의 정체성이 무너진다는 문제의식은 결코 억지가 아니다. 그러나 목적이 옳다는 것과, 그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 온전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노동전문가의 눈으로 이 법안을 다시 읽어보면, 몇 가지 짚어야 할 대목이 보인다.

 

먼저 짚을 것은 입법의 형식이다. 개정안은 노동절이라는 기념일을 정한 특별법에, 근로기준법의 일반원칙에 대한 예외를 끼워 넣는 방식을 택했다.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가 정한 '서면합의에 의한 대체'는 모든 공휴일에 두루 적용되는 원칙이다. 이 원칙의 예외를 개별 기념일 법마다 하나씩 새겨 넣는 선례가 자리 잡으면, 언젠가 3·1절이나 광복절 같은 다른 국가기념일에 대해서도 "이 날 역시 상징성이 크니 대체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노동절의 특수성을 법으로 남기고 싶다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이나 본법 안에서 대체가 제한되는 휴일의 범위를 정리하는 편이 체계상으로는 더 단단하다.

 

다음으로 짚을 것은, 왜 노동절만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광복절도, 한글날도 저마다의 역사와 무게를 지녔지만 여전히 대체의 대상이다. 노동절만 예외로 둘 근거는 결국 '노동의 가치를 기리는 날이라 다르다'는 가치판단인데, 이 판단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폭넓은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는 개정안의 제안 이유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형평성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입법이 앞서가면, 그 정당성은 언제든 되물어질 수 있다.

 

3. 상징성이 닿지 못하는 자리

더 아픈 지점은 여기에 있다. 이 법이 지키려는 노동절의 정신이, 정작 그 정신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는 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근로기준법의 휴일대체 규정 자체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니, 대체를 막든 허용하든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나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처음부터 이 법의 그늘 밖에 서 있다.

 

지난 4'대체 불가' 해석이 나왔을 때조차 민주노총은 환영 논평 한편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여건에 있다"는 점을 굳이 짚어야 했다.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이 구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보호받고 있던 근로자의 상징적 지위를 한 번 더 확인해 줄 뿐, 정작 노동절의 취지가 가장 절실한 사각지대의 노동자에게는 아무런 실질을 건네지 못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산업현장의 셈법도 외면할 수 없다. 3교대로 돌아가는 제지·주물공장 같은 연속공정 사업장은 노동절이라 해서 기계를 멈출 수 없다. 실제로 지난 4월 대체 불가 해석이 나왔을 때 경제계에서는 "가동을 멈추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추가 임금을 부담하더라도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인건비 부담으로 사실상 휴업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체를 전면 금지하면 이런 현장은 결국 더 큰 비용을 지고 버티거나, 문을 닫는 쪽으로 밀려난다. 노동절의 상징성을 지키는 값을 특정 업종과 규모의 사업장에만 치우쳐 물리는 셈이다.

 

4. 상징 하나를 지키는 법,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법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까이다. 노동전문가 입장에서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노동절의 대체 제한은 근로기준법 체계 안에서 명확히 정리하는 편이 옳다. 기념일 법마다 예외를 하나씩 심는 대신,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0조나 본법에서 대체가 제한되는 휴일의 범위와 기준을 밝혀두면 체계의 정합성과 예측가능성을 함께 얻을 수 있다.
 

또한, 상징성을 지키는 입법은 반드시 취약노동자 보호와 함께 가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나 별도의 보호책이 함께 논의되지 않는다면, 이번 입법은 이미 보호받는 이들의 지위를 한 번 더 확인하는 데서 그칠 위험이 크다.

연속공정·필수유지업무 사업장을 위한 보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설계하면, 전면 금지가 낳을 부작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혼란의 근본 원인이었던 행정해석의 급변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노동조건의 핵심을 좌우하는 행정해석이나 지침을 바꿀 때는 최소한의 예고 기간과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한 달 사이 입장이 뒤바뀌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그 어떤 법률도 현장의 신뢰를 온전히 되돌려놓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대체를 전면 금지하는 대신 근로자 개개인에게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주는 절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만으로 개별 근로자의 뜻과 무관하게 대체가 이뤄지는 상황을 막는 절차적 보호 장치라면, 상징성과 노사자치 사이의 긴장을 조금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맺는말

노동절은 법으로 지켜야만 지켜지는 하루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정부의 말이 한 달 사이 두 번 바뀌는 것을 지켜본 뒤라, 법으로 못박는 일이 불가피해 보이는 지점에 서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적어도 그것이 상징 하나를 지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노동절의 정신이 미치지 못하는 자리까지 채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51일이 온전히 노동자의 날로 남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모든 논의가 지향해야 할 단 하나의 목적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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