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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추석, 명절 상여금을 다시 묻는다

[최상률의 일家양得]183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9-22 09:32 수정 2026-09-2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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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상여금은 오랫동안 인사 노무의 '회색지대'였다. 취업규칙에 한 줄 적어두고, 지급일에 재직 중인 사람만 챙기고, 통상임금 산정에서는 조용히 빼두는 관행이 반복됐다. 그 관행을 지탱한 논리가 '고정성'이었다. 지급일 재직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지급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 방패는 202412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0247190, 2023302838)로 사라졌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고정성을 걷어냈다. 이제 재직 조건이나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붙었다는 사정만으로 통상 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2026년 추석을 앞둔 현장의 급여 규정은 여전히 2024년 이전의 문장을 품고 있다. 판례는 바뀌었는데 규정은 멈춰 있는 것, 이것이 지금 가장 위험한 지점이다.

 

1. 명칭이 아니라 구조가 성격을 정한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명칭을 묻지 않는다. '명절 상여금', '떡값', '격려금' 어떤 이름을 붙여도 취업규칙·단체협약·근로계약 또는 확립된 관행에 의해 사용자의 지급의무가 인정되고 근로 제공과 관련되어 있다면 임금이다. 반대로 지급 여부와 금액이 순수하게 사용자의 재량에 달린 일회적 은전(恩典)이라면 임금성은 부정될 여지가 있다.

 

문제는 다수의 기업이 두 성격을 혼합해 운용한다는 점이다. 규정에는 "회사의 경영 사정에 따라 지급할 수 있다"고 써두고, 실제로는 10년 넘게 기본급의 100%를 매년 추석과 설에 예외 없이 지급한다. 이때 법적 평가를 지배하는 것은 규정의 문장이 아니라 지급의 실제다. 재량 조항은 관행에 의해 무력화된다. 반대로 기본급에 연동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해온 명절 상여금은 재직 조건이 있어도 통상임금에 포섭될 수 있다.

 

대법원의 논리는 단순하고 강력하다. '재직'은 소정 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일 뿐이며, 통상임금은 실제 근무 일수나 실수령액이 아니라 소정 근로의 가치를 반영한 기준임금이라는 것이다. 전제를 조건으로 위장한 설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다만 과잉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 모든 명절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성과나 개인 평가에 따라 지급 여부와 금액이 실질적으로 좌우되는 성과급은 여전히 통상임금이 아니다. 대신 성과와 무관하게 최소 보장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이름이 아니라 산정방식, 곧 지급액이 무엇에 연동되어 결정되는가다.

 

2. 미지급의 이유를 대지 못하면 차별이다

두 번째 쟁점은 고용 형태다.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고용 형태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며, 정기상여금과 명절 상여금도 당연히 그 대상이다. 판단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비교 대상 근로자가 있는가, 불리한 처우가 있는가, 그 차이를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가이다.

 

여기서 실무가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은 세 번째다. 대법원은 비교 대상 근로자를 직무기술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수행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합리적 이유는 급부의 목적, 고용 형태와의 관련성, 업무의 내용·범위·책임, 임금 결정요소 등을 종합해 따진다(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443288 판결 참조). "비정규직이니까", "단체협약 적용 대상이 아니니까"는 이유가 아니라 결론의 반복일 뿐이다.

 

명절 상여금은 특히 방어가 어려운 항목이다. 성과나 숙련도와 연동되는 수당이라면 직무·책임의 차이로 설명할 여지가 있지만, 명절 생계비 보조나 사기 진작을 목적으로 하는 금품은 그 목적 자체가 고용 형태와 무관하다. 급부의 목적이 고용 형태와 연결되지 않는 순간 차별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3. 육아휴직자를 향한 '예외'는 가장 비싼 예외다

휴직자와 수습근로자의 명절 상여금은 법에 직접 규정이 없어 사내 규정에 따르면 된다. 그러나 육아휴직자는 다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엄격히 금지한다.

 

기준은 명료하다. 명확한 지급 제외 또는 실제 근무 기간 기준이 취업규칙·단체협약에 규정되어 있고, 그 기준이 모든 휴직자에게 일관되게 적용된다면 육아휴직 기간에 대한 미지급이나 일할계산의 여지가 있다. 반대로 규정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육아휴직자만 배제하거나, 다른 휴직자와 달리 취급하면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로 평가될 위험이 커진다.

 

핵심은 일관성이다. 일관성 없는 관대함은 일관성 있는 엄격함보다 법적으로 더 위험하다. 재량으로 누군가를 챙겨온 이력은, 다른 누군가를 배제할 때 그대로 불이익 취급의 증거가 된다.

 

4. 이번 추석, 다섯 문장으로 점검하라

첫째, 우리 회사 추석 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인가, 실제 근무와 성과에 대한 보상인가. 둘째, 재직 조건만을 근거로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에게 미지급하거나 차등 지급할 합리적 근거가 문서로 남아 있는가. 넷째, 휴직자·육아휴직자·중도입사자에 대한 기준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가. 다섯째, 취업규칙·단체협약·급여규정의 문장과 실제 지급 관행이 일치하는가.

 

다섯 번째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분쟁은 대개 규정과 관행의 틈에서 발생한다. 규정은 재량이라 말하는데 관행은 의무처럼 작동하고, 규정은 전 직원이라 말하는데 관행은 정규직만 챙긴다. 그 틈이 몇 해 누적되면 소급 재산정이라는 청구서로 돌아온다. 통상임금 재산정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퇴직금 산정까지 연쇄적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명절 상여금은 복지 항목이 아니다. 임금성 판단, 통상임금 재산정, 고용 형태 차별, 모성보호 불이익 취급이 한 항목에서 동시에 문제 될 수 있는 고위험 영역이다. 지급 직전에 대상자 명단만 확인하는 일은 점검이 아니라 집행이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가 아니라 지금, 지급 근거와 목적과 조건과 관행을 함께 펼쳐놓고 읽어야 한다. 분쟁 예방은 언제나 지급일 이전의 일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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